제삿날 정하는 법
«돌아가신 날이냐 그 전날이냐», «음력이냐 양력이냐», «윤달은 어떻게 하나». 해마다 되풀이되는 세 가지 질문을 근거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먼저,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기제(忌祭)는 «사람이 사망한 후에 해마다 죽은 날인 기일(忌日)에 지내는 제사»입니다.[1] 정의가 이렇게 단순하기 때문에, 계산의 출발점도 하나뿐입니다. 돌아가신 날짜입니다. 임종 시각이 새벽이든 밤이든, 장례가 사흘 뒤에 끝났든 기준은 돌아가신 그 하루입니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습니다.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은 그다음, «그래서 며칠에 모이느냐»부터입니다.
1. 전날인가 당일인가 — 시각의 문제였습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날 전날 지내는 것»이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틀린 기억이 아닙니다. 다만 날짜가 아니라 시각의 문제였습니다.
『가례(家禮)』의 기일제 절차를 보면 «전일일재계(前一日齋戒)», 즉 하루 전부터 재계에 들어가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몸가짐을 삼갑니다. 제사상과 제기를 준비하는 «설위·진기·구찬»도 모두 전날에 합니다. 그리고 정작 제사는 «궐명숙흥(厥明夙興)», 곧 이튿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지냅니다.[1]
전통적인 시간 셈법에서 하루는 자시(子時), 즉 밤 11시에 시작합니다. 그러니 «기일의 첫 새벽»에 지낸다는 것은 달력상으로는 기일 전날 밤 11시 이후라는 뜻입니다. 온 가족이 전날 저녁에 모여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자정 무렵 제사를 올리고 새벽에 흩어졌으니, «전날 지냈다»는 기억이 남는 게 당연합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023년 11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전통 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도 이 구조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제사 시간은 원칙적으로 조상이 돌아가신 날의 첫 새벽(오후 11시~오전 1시)에 지내야 하지만, 돌아가신 날의 초저녁(오후 6~8시)에 지내도 좋다는 것입니다.[2]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첫 새벽에 지낸다 → 기일 전날 저녁에 모여 밤 11시 이후에 지냅니다.
- 초저녁에 지낸다 → 기일 당일 저녁 6~8시에 모입니다.
어느 쪽이든 «기일은 돌아가신 날»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모이는 날이 달라질 뿐입니다. 가족에게 날짜를 공지할 때 «제삿날»과 «모이는 날»을 따로 적어 주면 해마다 반복되는 혼선이 줄어듭니다.
2. 음력인가 양력인가
전통적으로 기일은 음력으로 지킵니다. 조선시대에는 달력 자체가 음력이었으니 달리 셀 방법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음력 기일은 해마다 양력 날짜가 20일 넘게 오르내립니다. 음력 한 해는 약 354일이라 양력보다 열흘 남짓 짧고, 윤달이 든 해에는 반대로 한 달 가까이 밀립니다. 그래서 «작년엔 9월 초였는데 올해는 8월 하순»인 일이 생깁니다.
요즘은 이 번거로움 때문에 돌아가신 날의 양력 날짜로 고정하는 집안도 늘고 있습니다. 기억하기 쉽고, 가족 일정을 미리 잡기도 좋습니다. 다만 한 번 정하면 바꾸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중간에 기준을 바꾸면 «작년 제사와 올해 제사 사이가 열 달»처럼 어긋나는 해가 생깁니다.
돌아가신 날을 양력으로만 알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음양력은 서로 환산되므로, 양력 날짜 하나만 있으면 음력 기일도 곧바로 나옵니다. 제사 날짜 계산기가 두 방향 모두 처리합니다.
3. 윤달에 돌아가셨다면
윤달은 음력과 계절의 어긋남을 메우기 위해 열두 달 위에 한 달을 더 끼워 넣은 달입니다. 통상 19태양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을 씁니다.[3] 대략 3년에 한 번꼴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윤달 기일을 윤달로만 지키면 대부분의 해에는 제삿날이 아예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음력 윤5월에 돌아가신 분의 경우, 윤5월이 돌아오는 해는 20년 남짓한 기간에 두세 번뿐입니다. 나머지 해에는 기일이 사라집니다.
예학에서도 윤달을 기일의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퇴계의 예설을 모은 『이선생예설유편』에는 «윤달이라고 기제를 다시 지내서는 안 된다(閏朔, 不可再行忌祭)»는 항목이 있고, 김부륜에게 답한 대목은 이렇습니다. «기일을 해당하는 달, 해당하는 날에 지내놓고, 윤달에 다시 이날을 맞았다고 다시 지내는 논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생각이야 인정상 넉넉하다지만 예에는 미치지 못하니, 규범이 될 수 없겠습니다.»[4]
다만 지역 풍속은 다릅니다. 제주도에는 윤달에 사망한 사람의 제사를 윤달에도 지내고 그 윤달에 해당하는 원달(原月)에도 지내, 한 해에 두 번 지내는 일이 있습니다. 윤달에 태어난 사람의 생일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3]
요컨대 하나로 못 박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평달에 지내는 방식이고, 집안에서 지금까지 지켜 온 방식이 있다면 그쪽이 먼저입니다.
덧붙여 — 음력 30일에 돌아가신 경우
음력의 한 달은 30일(큰달) 또는 29일(작은달)입니다. 30일에 돌아가셨다면 어떤 해에는 그 달이 29일로 끝나 기일 자체가 없는 해가 생깁니다. 이럴 때 그달의 마지막 날인 29일로 앞당겨 지내는 것이 흔한 처리이지만, 전거를 확인하지 못해 여기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법도»라고 쓰지 않겠습니다. 집안 어른이나 문중에 한 번 여쭤 보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4. 49재와 기일 제사는 다른 일입니다
사십구재는 «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7회에 걸쳐서 49일 동안 개최하는 종교의례»로,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천도(薦度)의식입니다. 칠칠일(七七日)·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합니다.[5]
기일 제사와 헷갈리기 쉬운데,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 사십구재 — 불교 의례. 돌아가신 직후 49일 동안, 평생 한 번.
- 기일 제사(기제) — 유교 의례. 해마다 돌아가신 날에.
날짜를 셀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49재 날짜는 통상 돌아가신 날을 1일째로 셉니다. 그러면 초재는 7일째, 곧 돌아가신 날의 6일 뒤이고, 막재는 49일째, 곧 48일 뒤가 됩니다. 절과 지역에 따라 세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재를 모시는 절에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표로 한 번에
| 상황 | 이 도구가 잡는 날짜 |
|---|---|
| 평범한 음력 기일 | 해마다 같은 음력 월·일 |
| 음력 30일 기일 + 그 해가 작은달 | 그달 마지막 날인 29일 |
| 윤달 기일 | 기본은 평달. 윤달·이중 봉행도 선택 가능 |
| 양력 기준으로 고정 | 해마다 같은 양력 월·일 (2월 29일은 평년에 28일) |
| 첫 새벽에 지냄 | 모이는 날 = 기일 전날 밤 |
| 초저녁에 지냄 | 모이는 날 = 기일 당일 |
돌아가신 날 하나만 넣으면 위 규칙을 적용해 앞으로 10년치를 한 번에 보여드립니다. → 제사 날짜 계산기 열기
날짜를 정했으면 그다음은 지방입니다. «현고학생부군신위»의 «학생»이 무슨 뜻인지, 종이 크기 «6×22cm»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지방 쓰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음력으로 날을 잡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사입니다. 손 없는 날은 한 달에 여섯 번뿐이 아닙니다에서 왜 방향을 따지면 후보가 네 배로 늘어나는지 정리했습니다.
참고 자료
- 「기제(忌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제사 음식은 간소하게 온 가족이 준비하세요'」, 경향신문 2023년 11월 2일 —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전통 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
- 「윤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윤달이라고 기제를 다시 지내서는 안 된다(閏朔, 不可再行忌祭)」, 『이선생예설유편』, 한국유교문화진흥원 한국예학서 국역
- 「사십구재(四十九齋)」,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