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와 기제사는 무엇이 다른가

둘 다 «제사»라고 부르지만 지내는 날도, 시간도, 절차도 다릅니다. 명절 아침에 «축문은 안 읽나?» 하는 말이 나오는 집이라면 이 글이 답이 됩니다.

한 줄로 줄이면

기제사는 한 분이 돌아가신 날을 추모해 지내는 제사입니다. 차례는 명절에 지내는 제사로, 달과 계절과 해가 바뀌었음을 조상께 알리고 그 철의 음식을 올리는 의례입니다.[1] 기제사가 «그분의 날»이라면 차례는 «철이 바뀐 날»입니다. 나머지 차이는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표로 비교하면

기제사차례
언제돌아가신 날명절 (오늘날은 주로 설·추석)
누구를그날 돌아가신 한 분4대 조상까지와 불천위를 함께
시간그날의 첫 새벽, 요즘은 저녁에도낮
축문읽음읽지 않는 것이 보통
술세 번 올림한 번 올림

차례 쪽 내용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차례」 항목을 따랐습니다.[1] 기제사의 시간과 절차는 같은 사전의 「기제」 항목과 제삿날 정하는 법을 참고하세요.[2]

축문이 없고 술은 한 번 — 무축단헌

차례는 무축단헌(無祝單獻), 곧 축문을 읽지 않고 술을 한 번만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지내는 것이 보편적입니다.[1] 기제사에서 술을 세 번 올리고 축문을 읽는 것[2]과 견주면 훨씬 간소합니다.

차례가 간소한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차례는 한 분을 깊이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명절을 맞아 조상께 인사를 올리고 철 음식을 맛보시게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명절 아침에 축문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빠뜨린 것이 아닙니다.

«차례»인데 왜 차가 없을까

차례(茶禮)는 글자대로라면 «차를 올리는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 차례상에는 차가 없습니다.

뜻밖에도 조선시대 관혼상제의 기준이었던 주자의 『가례』에는 차례라는 이름이 없습니다. 『가례』에서 차례에 해당하는 것은 참례(參禮)와 천신례(薦新禮)인데, 이 의례들에 차를 올리는 절차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차례»라는 이름도 차를 올린다는 뜻을 담은 이 중국 전래의 제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1]

그러나 실제 관행에서는 차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 학자 이재는 차는 본래 중국에서 쓰던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않으므로 차를 올리는 절차를 뺐다고 적었습니다.[1] 이름에만 차가 남고 상에서는 빠진 셈입니다.

어느 명절에 지내나

차례를 가장 많이 지내는 명절은 설과 추석입니다. 예전에는 대보름, 한식, 단오, 중양절, 동지에도 차례를 올리는 집이 있었지만, 오늘날 설과 추석 이외의 차례는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1]

반대로 설과 추석의 차례는 오히려 굳어졌습니다. 산업화로 흩어져 살던 친족이 이 두 명절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차이도 있었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남부 지방에서는 설과 추석이 모두 큰 명절이어서 차례가 자리 잡았지만, 밭농사 중심의 북부 지방에서는 추석 차례가 유명무실한 편이었고, 추석이 전국적인 명절로 퍼지면서 뒤에 강화되었습니다.[1]

올리는 음식도 철을 따릅니다. 차례가 철 음식을 올리는 의례이기 때문에 설에는 떡국을, 동지에는 팥죽을 올렸습니다.[1]

누구를, 어디서, 언제

차례에 모시는 조상은 4대 조상까지이고, 불천위(不遷位, 대가 지나도 신주를 옮기지 않고 계속 모시는 조상)가 있으면 함께 모십니다.[1] 기제사가 그날 돌아가신 한 분의 신위만 모시는 것[2]과 달리, 차례는 그 집에서 제사를 받드는 조상을 한꺼번에 모시는 자리입니다.

사당이 있는 집은 사당에서 올리지만, 대부분은 대청에 지방을 써 붙이고 지냅니다. 시간은 대부분의 지방에서 낮입니다. 가까운 친족끼리 모여 종가에서부터 차례대로 지냅니다.[1] 지방을 어떻게 쓰는지는 지방 쓰는 법에 정리했습니다.

날짜 — 차례는 계산할 것이 없습니다

기제사는 집마다 날짜가 다르고, 음력으로 지내면 해마다 양력 날짜가 바뀝니다. 윤달이나 음력 30일에 돌아가신 경우에는 따질 것이 더 있습니다. 그래서 제사 날짜 계산기가 필요합니다.

차례는 온 나라가 같은 날입니다. 설은 음력 1월 1일,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고, 양력으로는 아래와 같습니다.[3]

해설 (음력 1월 1일)추석 (음력 8월 15일)
2027년2월 7일9월 15일
2028년1월 27일10월 3일
2029년2월 13일9월 22일
2030년2월 3일9월 12일
2031년1월 23일10월 1일

자주 헷갈리는 것

명절에 차례를 지냈으면 기제사는 안 지내도 되나요?

둘은 목적이 다른 별개의 의례입니다. 차례는 명절 인사이고 기제사는 돌아가신 날의 추모이므로, 원칙으로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은 집안 형편에 따라 줄이거나 합치는 집도 많습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집안에서 정할 일입니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분도 차례에 모시나요?

이 부분은 근거를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습니다. 상중의 차례는 집안과 지역에 따라 달리 해 왔으므로 집안 어른께 여쭙는 것이 맞습니다.

참고 자료

  1. 「차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출처: 차례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 「기제(忌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3. 설·추석 양력 날짜 — 한국천문연구원 음양력 변환 계산 자료를 따르는 변환표로 직접 계산했습니다.